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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슈퍼모델 김희영 “청각장애인 모델? 실력으로 인정받고 싶다”

[윤희나 기자/사진 이현무 기자] 카메라의 셔터소리, 시끄러운 음악소리로 가득한 화보 촬영 현장에서 모델 김희영을 만났다. 

사실 그녀에게 이런 세상의 소리는 무의미하다. 뚜렷한 이목구비에 단아한 미소, 늘씬한 몸매를 가진 그녀는 귀가 들리지 않는 청각 장애인이다. 소리대신 깜빡이는 조명과 사진작가의 움직임에 맞춰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는다. 촬영 중간중간 손으로 의사소통을 하는 모습을 보고서야 그녀가 청각 장애인이라는 것을 다시한번 깨닫는다. 

‘2012 슈퍼모델 대회’에 참가해 본선무대에 오르기까지 김희영은 청각장애인이라는 것만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처음의 호기심어린 시선은 시간이 갈수록 박수와 감동으로 이어졌다. 모델을 꿈꾸는 그녀의 진지한 모습과 노력이 사람들에게 전해졌기 때문.  

모두가 그녀에게 모델에 도전한 것 자체가 대단하다고 말하지만 정작 자신은 그렇지 않다고 답한다. “나는 스스로 대단하다고 느낀 적이 없다. 나는 귀만 조금 더 안 들릴 뿐이지, 대단한 것은 아니다”고 자신을 낮춘다.

모델이 되고 싶다는 어렸을 적 꿈을 잃지 않고 자신있게 모델계에 첫 발을 내딛은 김희영. 대회가 끝난 후 처음으로 다시 카메라 앞에 선 그녀를 만났다. 일반인보다 다소 부정확한 발음과 인터뷰 중간중간 의사소통에 조금의 불편함은 있었지만 그녀는 그 어떤 인터뷰이보다 더 빛났다. 

“슈퍼모델 대회? 청각장애 때문에 막연히 꿈만 꿨었다”

슈퍼모델 대회 이후 오랜만에 카메라 앞에 선다는 김희영은 처음에는 어색한 듯 보였지만 곧 자신만의 페이스를 찾은 듯 촬영 후반부로 갈수록 그만의 매력을 뽐냈다. 

메이크업과 의상에 따라 전혀 다른 이미지로 변신하는 모습을 보니 끼 많은 그녀가 왜 모델이 되고 싶은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어렸을 때 TV에서 처음 슈퍼모델 선발대회를 보고 모델이란 직업을 알게 됐다. 신기하고 재밌어 보여 ‘나도 하면 어떨까?’ 막연히 생각하게 됐다”며 모델을 꿈꿨던 어린 시절을 회상했다.

하지만 꿈을 이루기에는 청각 장애라는 것이 발목을 잡았다. 그녀는 “청각장애인이 어떻게 일반인 모델대회에 나갈 수 있을까 생각했다. 주변의 시선도 두려웠고 더 큰 문제는 나 스스로 자신감도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작년에 청각장애인들의 세계미스대회에 참가한 후 상황이 달라졌다. “한국 진으로 뽑혀 세계대회에 나가게 됐다. 여러 가지 경험을 하면서 ‘나도 이런 것을 할 수 있구나’하는 자신감을 얻었다”며 슈퍼모델대회에 참가하게 된 계기를 털어놨다.

정식으로 모델 수업을 받은 적 없는 그녀는 슈퍼모델대회를 준비하는 기간 동안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했다. 처음 배우는 모델 워킹, 포즈 연습은 빠듯한 일정이었지만 힘들기보다 재밌었다고.

대회 기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묻는 질문에는 슈퍼모델들과 함께 상하이 패션쇼에 선 것이라 답했다. “처음으로 큰 무대에 섰는데 그때의 기분이 잊혀지지 않는다. 쇼를 보는 3만명의 함성소리가 보청기를 뚫고 들릴 정도로 커서 깜짝 놀랬다”며 그때의 강렬한 느낌에 대해 설명했다.   

행복하고 소중했던 경험이지만 한편으로는 남몰래 겪는 어려움도 있었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의사소통. “모델일이 재미있지만 가끔은 의사소통이 안돼 답답할 때가 많다. 말을 하지만 수화도 함께 하기 때문에 수화통역사가 있으면 대회 기간 중에 더 수월했을 것 같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대회 장기자랑에서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맞춰 말춤을 춘 것도 그 이유에서였다. 말보다는 춤, 행동으로 나를 표현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 

“남몰래 연습했다. 말을 잘할 수 없기때문에 대신 춤을 연습했다. 모델 수업이 끝나고 연습실로 이동해 밤 12시까지 춤을 연습했다. 희미하게 들리는 음악 소리에 맞춰 2주동안 연습 해 춤과 수화를 섞은 나만의 말춤을 완성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김희영은 결국 대회 수상의 영광은 누리지 못했다.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남들이 하지 못한 경험을 한 것 같아 뜻 깊은 시간이었다”고 답했다.

“청각 장애인들에게 자신감과 희망을 주고 싶다”

김희영은 나 자신과의 싸움을 즐긴다. 그 나이 또래에게서는 흔히 볼 수 없는 당찬 모습이다. “나와 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어디까지 극복할 수 있을까 항상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나의 한계점을 찾아서 도전하는 것을 즐긴다”고. 
 
좌우명도 ‘포기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 없다’이다. “‘습관이 힘이다’라는 책을 읽으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그동안 가졌던 부정적인 생각대신 긍정적인 사고를 갖고 생활했더니 정말 인생이 달라보이더라”고 말했다. 

그녀의 최종 꿈은 프로패셔널한 모델이지만 그 외에도 하고 싶은 것이 많다. 특히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활동과 그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싶다고.

“나와 같은 청각장애인들은 자신감이 없기 때문에 꿈이 있어도 도전할 마음이 없다. 그런 것이 안타까웠다. 내가 슈퍼모델에 나간 이유 중 하나도 후배들에게 자신감을 주고 싶어서였다”고 말했다.

그녀는 인터뷰 말미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 청각장애인 모델로 부각되기보다는 실력있는 모델로 더 인정받고 싶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앞으로의 행보가 더 기대되는 모델 김희영. 아직까지 모델이라는 타이틀이 조금은 낯설지만 당당하게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그녀의 꿈을 응원한다. 
(의상협찬: 하얀달, 주얼리협찬: 뮈샤, 헤어&메이크업: 헤세드 HES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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